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버블티. 2021. 4. 28. 03:05

여행이 너무 너무 가고싶어서 갤러리 보다가 발견 . 그다지 재밌지도 않았는데 너무 너무 그립다 . 제발야자수좀보게해주세요 ..

내가 기억하는 대만의 빛깔은 회색이다 . 여행 내내 비가 왔고 내가 챙겨간 옷은 얇았다 . 여름의 대만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아직까지 못 가봤다 . 덥고 습한 날씨를 조금은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, 막상 가보면 달라질까? 이 때는 중국어를 열 마디도 못했는데 다시 가면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?

이제는 조금 드문드문 기억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중한 날 .










네 시간은 네 거야.

아주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나온 문장. 그 시기에 읽었던 수 많은 문장 중 가장 사랑하게 되었던 문장. 거짓말 조금 보태서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. 네 시간은 네 거야. 당연한 말인데,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.

그러니까 내 시간은 오롯이 내 거다. 영상 따위를 보며 설레여하던 시간들도, 갤리리 가득 사진을 채워 넣던 시간들도,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그리며 울거나 웃었던 시간들도 전부 내 거다. 그 시간 사이에서 행복했으니까 여전히 소중한 순간이다.

나는 이기적이고 조금은 못된 사람이라서, 사랑도 주는것보다는 받는 걸 더 좋아하는 쪽이었다. 이왕이면 많이, 받을 수 있을만큼 다 챙겨서 전부 받는 쪽. 그런데 사랑을 주는 것도 행복하다는 걸 배웠다. 정말 많이 좋아하게되면 사랑을 주기만 해도 재밌더라구 .

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건 역시 그림이겠지. 짧은 인생 내내 그림을 그렸는데, 그리고 그걸 좋아했는데 입시가 끝나고는 그림 도구조차 쳐다보기 싫어 책상 밑에 처박아두었다.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기도 했고. 내가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사실은 그다지 특출나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.
그런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니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졌다. 그다지 특출나지 않더라도 나한테는 가장 자신있는거니까.

더 이상 시간에 쫓기며 그릴 필요 없었다. 색조도 채도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.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색으로 칠하니끼 그리는 게 재밌었다. 좋아하는 그림을 수천장씩 그리면서도 잊고 지냈던 감정이었다.

해는 점점 길어지고 날은 점점 더워진다. 곧 장마철도 오겠지. 비를 싫어하던 나는 이제 비오는 날의 낭만을 어느 정도 알게되었다. 행복했으면 한다. 덕분에 여러모로 배웠으니까.